사찰 납골당 허가와 관련한 관할관청의 무차별적 규제나 간섭이 부당하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이에 따라 자연공원 내 사찰들도 이제는 자연공원법에 저촉되지 않는 경우 납골당 운영이 가능하게 됐다.
광주 문빈정사(주지 석장)는 동구 운림동에 소재한 도심사찰로 바닥면적 367㎡인 법당을 신축하면서 문화 및 집회시설로 건축허가를 신청했지만 국립공원관리공단과 동구청은 ‘건축후 납골당 이용불가’라는 조건을 달았다. 이에 석장 스님은 ‘자연공원법을 위반하는 용도변경을 않겠다’는 각서를 제출하고서야 겨우 2001년 준공검사를 마칠 수 있었다.
그러나 주지 석장 스님은 해당지역에서 납골당을 설치하는 것이 ‘장사등에관한법’에 따라 납골당 설치의 제한규정(한강수계, 문화재보고구역 등)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법당의 일부 135㎡에 대해 납골당 설치신고서를 제출했고 구청은 자연공원법 위반이라는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석장 스님은 다시 2002년 신고수리거부처분취소소송을 제기해 4년여의 소송기간을 거쳐 10월 13일 ‘자연공원법을 근거로 문빈정사 납골당을 제한할 규정이 없으며, 건축허가과정에서 관청이 부당한 조건을 부가하는 것은 무효’라는 대법원의 확정판결을 받았다.
이번 판결로 국립공원관리공단 등 자연공원을 관리하는 관청이 자연공원법에 위배되지 않는데도 법을 임의로 해석해 납골당 설치 신고를 수리하지 않고 해당사찰을 고발하는 그동안의 잘못된 행태를 바로잡을 수 있게 됐다.
조계종 기획실은 “국립공원관리공단이 그동안 자연공원법 제23조 1항, 제72조 2항을 근거로 자연공원내 사찰 건물에서 납골당을 운영하는 것이 협의의 대상이라는 주장이 근거를 잃게 됐다”고 밝혔다.
석장 스님은 “이번 판결은 공단이 아무런 의미도 없는 자신들의 ‘내규’를 근거로 부당한 규제를 일삼아 왔음이 명백히 밝혀진 것”이라며 “앞으로 불교전통의 장례법인 납골당을 여법하게 운영해 나갈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문빈정사라는 지역의 이름 없는 사찰에서 불교계 전체를 위해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들여 거대 관청과 싸워 이긴 사례라는 점에서 특히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