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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하지만 저는 생각이 좀 다릅니다.

  • 작성자
    최지훈
    작성일
    2004년 11월 12일
    조회수
    1462
  • 첨부파일
우리 집에서 동네 도서관까지 걸어가면 약 한 시간 가량 걸린다. 마을버스를 타면 약 20분 정도 걸리지만 나는 주로 걸어간다. 돈도 아끼고, 운동도 되고, 땀도 나고. 산을 끼고 한 이십분쯤 걸었을까? 평소 가보지 못했던 낯선 길을 발견했다.

예전에 철도가 있던 자리였는데, 눈에 보이는 것이 온통 녹색이었다. 도대체 저게 뭐지하고 가까이 다가가 보니 세상에나 텃밭이었다. 그것도 한 두 평도 아니고 끝없이 이어져 있었다. 그야말로 텃밭 터널이었다.

아마도 공터로 남겨진 땅을 아파트 주민들이 조금씩 조금씩 땅을 일구어서 이렇게 된 것인가보다.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우리 동네 근처에 이렇게 거대한 텃밭이 있는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렇게 텃밭을 끼고 하염없이 걸었다. 도로변의 소음에도 아랑곳없이 열심히 텃밭을 일구는 아주머니와 할머니들의 뿌듯함이 소리없이 전해져 왔다. 이 텃밭이야말로 우리 연수구의 자랑아니겠는가?

그러다 문득 부질없는 걱정이 고개를 든다. 언젠가 이 텃밭도 불법이라고 뭉게버리지 않겠는가? 그렇지 않아도 전철 연장선이 들어오네 마네하고 난리인데, 공공기관이 볼 때는 이까짓 텃밭쯤 하고 싹 갈아버리는 것은 식은 죽 먹기처럼 쉬운 일일텐데.

땀을 흘리며 텃밭을 일구면서 느끼는 보람을 그들도 알게되면 설마 그렇게까지야 하겠나? 하지만 언제나 그렇지만 설마가 사람을 잡는 법이다.

추신 :
연수구 텃밭 터널의 정확한 위치는 다음과 같습니다. 옥련터널(산을 뚫어 터널을 내다니. 게다가 최근에는 또다른 터널을 뚫는다는 소리가 있더군요.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을 지나 시대아파트 근처 도로에서 약 2킬로미터 정도 뻗어 있습니다. 인근에 살고 계신 분들은 한번 들려보세요. 정말 장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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