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가지치기가 열섬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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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최지훈
- 작성일
- 2004년 10월 11일
- 조회수
-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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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왜 가지치기를 저렇게 심하게 하나라는 의문을 품고 있었는데, 역시나 과도한 가지치기는 문제가 있었다. 그 이유라는 것을 들어보니 가로수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전선주나 교통표지판에 나무가지가 가리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사실 그런 것쯤이야 적절하게 조정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가뜩이나 더운 이유가 과도한 가지치기로 그늘을 만들지 못했다고 하니 역시 자연은 그대로 두고 볼 일이다.
가로수 역할 상실··· `열섬현상` 심화
연일 최고기온이 30도를 넘는 폭염이 계속되는 가운데, 도심의 가로수가 더위를 식혀주는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무분별한 가지치기로 앙상한 가지만 남아있는 가로수들 탓에 거리를 걷는 시민들이 땡볕에 그대로 노출돼 ‘가로수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 특히 인파가 많은 서울 종로나 을지로 등 주요도로변 가로수들은 그늘을 제공하지 못한 채 볼품없이 서있어 햇볕에 뜨 겁게 달궈진 거리를 더욱 숨막히게 하고 있다.
기온이 30도를 훨씬 웃돈 30일 오후 서울 종로 5가. 수령 20년이 넘는 플라타너스 가로수가 줄지어 심어져 있지만, 나무 상단부 에만 잎이 주로 달려있어 인도에는 조그마한 그늘만 만들고 있다 . 일부 가로수는 가지에 매달린 잎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종로4가 세운상가에 들렀다가 종로5가쪽 도매약국으로 가는 길이 라는 김현식(49·자영업·성북구 장위동)씨는 “도심에 가로수들 이 그늘터널 역할을 한다면 더워도 걸을 만 할텐데 나뭇잎이 적 어 땡볕을 제대로 가려주지 못한다”며 “조금 걸었는데도 머리 가 뜨끈뜨끈하다”고 연방 땀을 닦으며 말했다.
서울 을지로도 도로 양쪽에 5~6m간격으로 플라타너스가 늘어서 있지만, 가지를 많이 잘라내 대부분 잎이 듬성듬성 달린 모양새. 반면 도심에서도 인적이 드문 창경궁로나 창덕궁로에 심어진 가로수들은 잎이 비 교적 무성해 땡볕을 막아주는 ‘서늘한 통로’ 구실을 하고 있다 .
가로수 가지치기는 관할구청과 한국전력이 해마다 겨울철에 시행 하고 있다. 전선접촉에 의한 화재와 태풍으로 쓰러지는 것을 예 방하고 교통표지판을 가리거나 건물에 닿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 이유. 서울 중구청 관계자는 “한전과 구청에서 구역을 정하거나 민원이 있는 곳에 가지치기를 한다”며 “주로 생장속도가 빠른 플라타너스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전문가들은 가로수 가지치기가 무분별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가지를 자르지 않아도 화재나 강풍피해를 예방할 수 있으며, 굳이 가지치기가 필요한 경우도 가로수의 모 양과 기능을 극대화하도록 전문인력이 가지치기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시립대 이경재 교수는 “태풍의 영향을 많이 받는 일본도 가 지치기를 많이하지 않고, 전선에 알루미늄 코팅을 해 나무가지에 의한 합선을 예방하고 있으며, 가지치기를 해도 전문인을 고용 해 잎이 나는 부분은 최대한 보호하고 있다”며 “가로수가 그늘 을 제대로 제공하면 도심온도를 1~2도 낮춘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고 소개했다.
이재성 자생식물협회 회장은 “도심의 가로수는 잎의 양이 많아 야 탄산가스 흡수, 산소배출등 대기오염 정화효과가 크고 복사열 흡수, 습도조절, 그늘제공 등으로 열섬효과를 방지할 수 있다” 며 “지금처럼 가지를 마구 잘라내면 이미 있는 가로수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진우기자 jwlee@munhwa.com (2004. 7. 71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