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의 별거...그리고 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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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문영현
- 작성일
- 2006년 2월 9일
- 조회수
-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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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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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출동 미담사례)
술만 마시면 그칠 줄 모르는 술주정... 변함없이 반복되는 아내에 대한 구타로 남편 양00(남,45세)씨와 아내 강00(여,41세)씨가 별거에 들어간지도 어느덧 1년이 지났다.
그런데 지난 2006년 2월 6일 저녁
아이들 둘을 데리고 강씨가 살고 있는 연수1동 565번지 주택 205호로 어떻게 알았는지 남편 양씨가 갑자기 찾아왔다.
그리고 밤새도록 아내와 남편 양씨의 말다툼과 실랑이는 계속됐다.
다음날도 양씨는 자신이 살고 있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강씨의 집에서 버티고 앉아 하루 종일 술만 마셔댔다.
오후가 되고 아이들이 학원에 가고나자 남편의 폭행이 또 다시 시작됐다.
강씨는 술에 취한 남편을 밀치고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을 간신히 빠져나왔다.
그리고 학원에서 돌아오는 아이들을 가까운 이웃에 잠시만 돌봐달라고 부탁을 하였다.
양씨는 아내가 집을 나가버리자 홧김에 현관문을 안에서 걸어 잠궈 버렸고 집을 빼앗겨 갈 곳이 없어져버린 강씨는 112에 신고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양씨가 끝까지 버티며 열어주지 않자 현장에 출동한 연수경찰서 순찰차량에서 119에 현관문을 개방해 줄 것을 요청하였다.
사고내용을 접수받고 인천소방방재본부 상황실의 출동지령과 함께 남동공단소방서119구조대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송도구급차량 1대가 추가로 출동하였다.
현장에 도착한 구조대원들은 흥분한 양씨를 설득하기 위해 문을 두드리며 조용히 설득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양씨는 완강했다.
“나 살고 싶지 않으니까 저리 꺼져...”
시간이 너무 지체되고 있었다.
옷을 대충 걸쳐 입고 도망치듯 빠져나온 강씨는 주택 입구의 계단에서 추위에 떨고 있었다.
“안되겠네요. 보조키를 해체하는 수밖에...”
다행히 현관문은 보조키만 잠겨있어서 해체작업은 수월할 것 같았다.
대원들은 경찰들과 아내 강씨의 요청에 대형드라이버와 망치로 보조키의 잠김 장치 부분을 떼어내며 해체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집안에 있던 양씨가 잠겨있지 않은 두 개의 현관문 도어록 마저도 잠궈 버리는 것이었다.
“어디 열 수 있으면 열어봐!”
그런데 보조키가 떨어져 나가고 집안이 작은 구멍 틈새로 훤히 들여다보이기 시작한 순간 돌발 상황이 발생하고 말았다.
현관문 도어록이 하나씩 떨어져 나가자 위기감을 느낀 양씨가 방안에서 장롱을 들어다가 현관문을 막아버리고 옷가지와 이불을 쌓아놓고 집안에서 불을 질러 버린 것이었다.
개방된 보조키 틈새로 금새 시뻘건 불길이 타오르기 시작했고 현관문 틈새로 검은 연기와 유독가스가 쉴 새 없이 새어나와 2층 복도는 갑자기 화재현장으로 돌변하였다.
자칫하면 다세대에 거주하는 주민들까지 모두 위험한 상황에 놓일 것 같았다.
대원들은 순간 당황스러웠지만 죽을힘을 다해 도어오프너 등 파괴 장비로 현관문을 강제로 벌려 가까스로 개방할 수 있었다.
“빨리 소화기 가져와!”
출동차량(구난차)에서 소화기 두 대를 가져다가 안전핀을 뽑고 문 앞에 잔뜩 쌓아놓은 옷가지, 이불, 장롱에서 타오르고 있는 불을 끄기 시작하면서 나머지 대원들은 문 앞에 막아놓은 장롱을 밀어내고 검은 연기로 가득 찬 방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다행히 욕실 하나에 안방만 있는 단칸 구조라서 연기를 마셔가며 고개를 숙인 채 방안에 앉아있는 남자 한명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죽고 싶은데 죽는 것도 쉽지 않네.”
대원들은 방화를 저지른 양씨의 양쪽 어깨를 잡고 연기로 가득 찬 주택을 빠져나와 경찰에 인계하였다.
“당신을 현행 방화범으로 체포합니다.”
등 뒤로 꺽인 두 손목에 차가운 금속 수갑이 채워져 호송되는 양씨의 모습을 뒤로하고 대원들은 연기가 가득 찬 다세대 주택의 현관문을 하나하나 두드려가며 인명피해가 있는지 확인하였다.
그런데 연기가 많이 유입되었을 것으로 판단되는 옆집 206호에는 힘없는 노인의 말소리만 간간히 들릴 뿐 쉽사리 확인이 되지 않은 채 지체되고 있었다.
“조금 기다리세요. 제가 잘 움직이질 못해요!”
한참이 지나서 가까스로 현관문을 열어준 사람은 두 다리를 쓰지 못해 기어 다니며 살아가고 있는 할머니였다.
“연기 많이 들어가지 않았어요?”
“예. 그런데 무슨 일 났나요?”
“옆집에서 불이 났는데 껐으니까 이젠 안심하세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고 방화를 저지른 양씨의 행동이 자신만이 아닌 죄 없이 선량한 다른 사람들까지도 얼마나 위험하게 만들 수 있는지 보여준 화재 사고였다.
인천남동공단소방서119구조대(032-819-1190)